국제우주정거장(ISS)은 지구 상공 약 400km 궤도에서 시속 28,000km로 공전하며, 하루에 16번이나 해가 뜨고 집니다. 이 인공위성 속에서는 중력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 우주비행사들이 잠을 자고, 식사를 하고, 연구를 수행하며, 운동도 해야 합니다. 지구와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인간의 일상이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ISS의 하루를 시간대별로 따라가 보며 우주 속 삶의 정교함과 도전을 살펴봅니다.
우주에서도 하루는 존재한다
인간은 ‘하루’라는 시간을 중심으로 생활의 리듬을 만들어 왔습니다. 이 리듬은 지구의 자전에 기반한 것으로, 해가 뜨고 지는 주기에 따라 우리의 생체시계는 작동합니다. 그러나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이러한 환경이 완전히 뒤바뀝니다. 정거장은 약 90분에 한 바퀴씩 지구를 돌며, 하루에 무려 16번이나 해가 뜨고 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비행사들은 UTC 기준의 일정한 시간 체계를 따라 생활합니다. 왜냐하면 생체리듬의 혼란을 막고, 지구의 지상통제소와 실시간으로 연계된 임무 수행을 위해서입니다. 그들의 하루는 비록 지상과는 환경이 다르지만, 시간의 흐름과 리듬을 유지하기 위한 치밀한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기상과 위생: 아침의 시작도 과학이다
우주정거장에서의 하루는 대략 오전 6시(UTC 기준)에 시작됩니다. 우주비행사들은 ‘수면 모듈’이라는 벽면 수납 공간에서 몸을 고정한 채 수면침낭에 들어가 잠을 잡니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침대나 베개가 의미가 없기 때문에, 침낭을 벽에 수직으로 고정하고 떠다니지 않도록 지퍼를 단단히 잠급니다. 기상 후에는 세안과 양치를 포함한 위생 관리가 이어집니다. 우주에서는 물이 떠다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수돗물 세면은 불가능합니다. 대신 알코올 성분의 물티슈나 무수 치약을 사용하며, 면도나 머리 정리도 진공흡입이 가능한 전용 장비로 진행됩니다. 이처럼 간단한 위생관리조차, 무중력이라는 환경에서 수많은 물리적, 위생적 조건을 고려해야 하는 과학적 행위로 변모합니다.
업무와 과학 실험: 우주는 하나의 거대한 연구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본격적인 임무 수행 시간입니다. 우주비행사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실험, 정비, 점검 일정을 소화하며, 하루 평균 약 8~10시간 정도를 업무에 투입합니다. 수행되는 실험은 다음과 같습니다:
- 미세중력 환경에서의 세포 성장 실험
- 식물 재배 및 광합성 분석
- 유전자 및 단백질 구조 연구
- 무중력에서의 신경계 반응 측정
- 우주복 성능 점검 및 기계 수리
이러한 실험은 장기 우주 비행과 다른 행성에서의 생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며, 지구의 질병 치료나 물리학 이론 검증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각 작업은 지상 통제센터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행되며, 모든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지구로 전송됩니다. 또한, 외부 장비의 점검이나 태양전지판 정렬, ISS 구조물 유지 보수 등 고위험 작업이 필요할 경우, 우주 유영(EVA)을 통해 ISS 외벽에서 직접 수리 작업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이는 하루 중 가장 집중력과 체력이 요구되는 고난이도 활동입니다.
식사와 운동: 단조로운 공간에서 건강 유지하기
점심시간은 보통 오후 1시 전후이며, 식사는 진공 포장된 우주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우주식은 탈수 상태로 보관되며, 전용 온수 주입기를 사용해 물을 섞은 후 데우거나, 알루미늄 포장을 뜯어 그대로 먹습니다. 국물이 많은 음식은 흘러내릴 수 있어 점도 높은 젤 형태로 제공되며, 커피와 주스는 튜브형 빨대 용기에 담겨 있습니다. 식사 후에는 2시간가량의 운동 시간이 필수입니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근육과 뼈의 사용량이 줄어들어, 근육 위축과 골밀도 감소가 빠르게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비행사들은 진동 흡수형 러닝머신에 몸을 하네스로 고정한 채 달리거나, 무중력 저항장비(ARED)로 중량 운동을 수행합니다. 이러한 운동은 단지 체력 유지가 아니라, 지구 귀환 후 정상적인 일상생활 복귀를 위한 필수 훈련으로 간주됩니다.
저녁과 개인 시간: 휴식도 임무의 일부
오후 6시 이후에는 임무 종료 및 정리 시간입니다. 이때 비행사들은 실험 도구를 원래 위치에 정돈하고, 결과를 정리해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지상 통제센터와 브리핑을 진행합니다. 이후에는 이메일 확인, 독서, 영화 감상, 지구 촬영, 가족과의 영상 통화 등 개인적인 활동이 가능합니다. 하루 16번의 일출과 일몰이 반복되는 환경 속에서도 정신적 안정과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우주비행사들은 심리학적 지원 프로그램과 명상, 음악 감상, 기념일 이벤트 등을 활용하며 정서적 건강을 관리합니다. 취침 시간은 보통 오후 9시 이후로 설정되며, 수면 중 조도와 온도는 자동 조절됩니다. ISS의 조명 시스템은 생체시계를 조절하도록 설계되어, 멜라토닌 분비를 자연스럽게 유도합니다.
우주 속 인간의 하루, 기술과 생존 본능이 만든 위대한 균형
우주정거장에서의 하루는 마치 지구와 유사해 보이지만, 그 모든 요소는 철저한 과학적 설계와 인간 생리에 기반한 시스템 위에서 작동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일상처럼 보이는 기상, 식사, 운동, 수면까지도 모두 실험이고, 기술이고, 생존입니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히 ‘지구 밖에서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인간이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어떻게 적응하고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사례입니다. ISS의 하루는 결국 인류가 달을 넘고, 화성을 향해 나아갈 기반이 되며, 머지않은 미래에 지구 밖 정착 생활을 가능하게 만들 씨앗이 됩니다. 우주 속 하루는 더 이상 상상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지구 너머의 어둠 속에서, 묵묵히 일어나고, 일하고, 숨 쉬며, 미래를 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