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행성, 즉 태양계 밖의 행성은 망원경으로 쉽게 볼 수 없는 먼 천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다양한 관측 기법을 통해 수천 개의 외계 행성을 발견해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외계 행성을 찾는 대표적인 방법인 ‘도플러 분광법’, ‘트랜짓 방법’, ‘직접 촬영’ 등을 설명하고, 각 기법의 원리와 한계, 대표적 성과를 소개합니다.
보이지 않는 행성을 찾는 법: 우주 탐사의 최전선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은 대부분 태양과 같은 항성입니다. 그렇다면 그 별들 주위에도 지구처럼 공전하는 행성이 있을까요? 놀랍게도 천문학자들은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 수천 개의 외계 행성(Exoplanet)을 발견했으며, 그중 일부는 지구와 유사한 조건을 지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외계 행성은 그 자체로 빛을 내지 않기 때문에 망원경으로 직접 보기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행성은 주별(主星)의 밝기 뒤에 가려져 있고, 수십 수백 광년 떨어져 있어 관측 자체가 큰 도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정교한 기술과 관측 기법을 통해 ‘보이지 않는 행성’을 찾아내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주요한 방법들을 살펴보고, 우리가 어떻게 태양계 너머의 세계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도플러 분광법: 별의 흔들림을 포착하다
도플러 분광법(Radial Velocity Method)은 외계 행성 탐사에서 가장 먼저 널리 사용된 기법 중 하나입니다. 이 방법은 행성이 항성 주변을 공전할 때 항성 자체도 미세하게 흔들린다는 원리를 이용합니다. 질량을 가진 행성과 항성은 서로를 중력으로 끌어당기며, 중심 질량점(barycenter)을 기준으로 궤도를 그립니다. 이때 항성의 움직임은 우리 쪽으로 다가오거나 멀어지는 방식으로 나타나며, 이는 별빛의 스펙트럼에 도플러 효과를 발생시킵니다. 즉, 별빛이 파란색(다가오는 방향) 또는 붉은색(멀어지는 방향)으로 미세하게 이동하는 것을 분석함으로써 행성의 존재와 공전 주기, 질량 등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상대적으로 큰 질량을 가진 행성, 특히 목성과 같은 가스 행성을 탐지하는 데 효과적이며, 1995년 처음으로 외계 행성 ‘51 Pegasi b’를 발견할 때 사용된 기법이기도 합니다.
2. 트랜짓 방법: 별빛을 가리는 작은 그림자
트랜짓 방법(Transit Method)은 최근 외계 행성 발견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는 기술로, 행성이 별 앞을 지나면서 별빛을 일시적으로 가리는 현상을 포착합니다. 마치 개기일식처럼, 행성이 항성과 우리 사이를 지나가면 별빛의 밝기가 미세하게 줄어드는데, 이를 정밀하게 측정하면 행성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행성의 크기, 공전 주기, 대기 조성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주며, NASA의 케플러(Keppler) 망원경과 TESS 위성이 이 기법을 통해 수천 개의 외계 행성을 찾아냈습니다. 특히 케플러는 약 2,600개 이상의 외계 행성을 공식적으로 발견했으며, 이 중 일부는 생명체 거주 가능성이 있는 ‘골디락스 존(Habitable Zone)’ 내에 위치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트랜짓 방법의 단점은 관측 대상 행성의 궤도면이 지구를 향하고 있어야만 탐지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관측 가능한 외계 행성은 전체 중 일부에 불과하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수의 외계 행성을 발견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3. 직접 영상법: 외계 행성을 카메라에 담다
직접 영상법(Direct Imaging)은 외계 행성의 빛을 실제로 망원경에 포착하는 방식으로, 가장 직관적이지만 기술적으로 매우 까다로운 방법입니다. 항성의 밝기에 비해 행성은 극히 어둡고, 둘의 거리는 아주 가깝기 때문에 강력한 빛 차단 장치(코로나그래프)와 고감도 이미지 센서가 필요합니다. 이 방법은 대부분 젊고 밝은 항성을 중심으로 사용되며, 항성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대형 행성을 촬영하는 데 유리합니다. 2004년, 유럽남방천문대(ESO)는 직접 영상법을 이용해 외계 행성 2M1207b의 존재를 확인했고, 이후 허블 우주망원경과 지상 대형 망원경(VLT, Subaru 등)에서도 이 기법을 활용한 관측이 이루어졌습니다. 직접 영상법은 외계 행성의 대기, 구름, 표면 온도 등 다양한 정보를 직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현재는 여전히 한정된 대상을 대상으로만 적용 가능합니다.
4. 그 외의 방법들: 중력렌즈, 타이밍 변화 등
도플러와 트랜짓 외에도 다양한 보조적인 방법들이 존재합니다. 중력렌즈법(Gravitational Microlensing)은 먼 항성 뒤를 지나는 중간 질량체가 중력으로 빛을 굴절시키는 현상을 이용해 외계 행성의 존재를 추정하는 방식이며, 특히 외곽 궤도를 도는 행성이나 쌍성계 주변 행성 탐지에 활용됩니다. 또한, 펄서 타이밍 기법(Pulsar Timing)은 규칙적으로 신호를 보내는 펄서의 시간 간격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현상을 분석해 그 주변의 행성 존재를 알아내는 방식으로, 초기 몇 개의 외계 행성이 이 방법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간섭계 관측, 반사광 분석, 적외선 천문학 등 다양한 보조 기술들이 연구 중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행성이 발견되고 있다
외계 행성 탐사는 단순히 ‘행성을 찾는 일’을 넘어서, 우주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지를 묻는 인류 최대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먼 거리를 넘어, 별빛의 미세한 흔들림과 섬세한 밝기 변화를 통해 우리는 그 존재를 하나둘 밝혀내고 있습니다. 오늘날 과학은 매일같이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정밀한 망원경—예컨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과 같은 장비를 통해 외계 행성의 대기 성분, 기후, 생명 징후까지도 분석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밤하늘을 바라보며 ‘저 별에도 혹시 누군가 살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품는다면, 그 답은 바로 이 외계 행성 탐사 기술들 속에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